피오르드 연안에는 어부들의 마을이 있다.
여러 가지 색으로 곱게 단장한 집들이 낮은 구릉지대에 점점이 흩어져있다.
창문에는 예외 없이 흰 레이스 커튼을 드리우고 화분을 놓았다. 소박하고 평
화로운 풍경이다. 항구에서 비릿한 해초의 내음이 바람에 실려 온다. 작은
새떼들이 지저귀며 날아간다. 하얀 페리보트가 빨강 승용차 한 대를 내려놓
고 떠난다. 한폭의 그림이다. 다시 롬(Lom)을 향하여 달린다.
골짜기로 접어들자 눈발이 날린다. 삽시간에 산도, 들도, 집도 모두 하얗다.
크고 작은 폭포들이 이제는 고드름이 되어 샹들리에처럼 절벽에 붙어있다.
도로는 좁고 노면은 미끄럽다. 스노우폴 끝에 붙여있는 빨강 야광테이프만
이 삶과 죽음의 갈림길을 인도해준다. 위험한 곡예운전으로 목덜미가 뻐근
하다. 오후 3시 벌써 어두워졌다. 몰아치는 편서풍을 탄 눈발들이 심해의 어
군 떼처럼 무서운 기세로 유리창에 꽂힌다. 눈은 밤낮 없이 이틀을 퍼붓고야
겨우 멎었다. 한 낮인데도 불그레한 황혼처럼 보이는 태양과 함께 동그란 보
름달이 떠있다.
북극의 달은 바보다 날이 어두웠을 뿐인데 낮에도 떠있으니 말이다.
하늘은 옥색 구름은 연한 비둘기 색으로 바다와 설산에 걸쳐있다. 태양도 상
공으로 오르기가 힘에 겨운지 비스듬히 게걸음을 치다가 총총히 가버린다.
호닝스버그항을 출발하여 스키요트버그로 가는 선상에서 오로라를 보았다.
지프차를 선상에 주차해놓고 밖으로 나왔다.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기지개
를 키며 무심히 하늘을 본 순간이다.
마치 비행기 꽁무니에 달고 다니는 증기처럼 보이는 가벼운 녹색 구름 띠가
창공에 걸려있다. 고운 금분가루를 먹음은 녹색의 구름은 새의 깃털처럼 가
볍고 부드럽게 보인다. 누가 긴장대로 그것을 휘졌는가? 그것은 팔랑개비 방
향으로 넓게 더 넓게 퍼져간다. 극광! 이게 꿈이 아닐까? 그렇게 소원하던 오
로라를 어처구니 도 없이 쉽게 만나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녹색의 띠는
모양을 바꾸어가며 하늘을 수놓고 있다. 칠흑 같은 바다를 달리는 여객선 위
에서 영롱한 담녹색의 오로라는 호사스런 하늘의 커튼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