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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축의금은 왜 홀수로 내야 하나요?

작성자: 뽀동이, 날짜 : hit : 1425, scrab : 0 , recommended : 0 , attach : 1

좋은 일에는 마가 낀다

결혼식 청첩장을 받고, 예식에 참석하러 갑니다. 


나와 친분이 깊을수록 거리가 가깝고 먼 것이 무색합니다. 


혹 못 가는 때라도 축의금은 다른 이에게 부탁해서 꼭 보냅니다. 


이때 얼마나 넣어야 할까요? 


당연히 형편대로 넣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가 살면서 흔히 듣는 소리 중에, 축의금은 3만 원이나 5만 원처럼 홀수로 담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별 의심 없이, 내 처지에 맞게 홀수 단위로 축의금을 냅니다. 


한번도 그 이유를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본래 혼례와 같은 '좋은 일에는 마(魔)가 낀다'고 해서, 이런 말을 들었으면 '그렇게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원칙으로 그냥 지키고 맙니다.

왜 그럴까요? 첫 번째 이유는 수가 주는 심리적 영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결혼이라는 커다란 축제에, 혹여 그 마라는 존재가 시샘이나 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것입니다. 

함이 들어올 때 말한 주당살을 생각해보세요. 비슷한 경우입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넘치거나 모자라는 것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갖습니다. 

그런데 이 불안은 심리적인 것이 아니고 우리의 깊은 마음속에 새겨진, 균형을 잡으려는 오래된 습관에서 비롯됩니다. 운수 좋은 날은 꼭 결말이 안 좋을 것 같은 것이죠.

결혼은 넘치는 것입니다. 

기쁨이 넘치고, 사람이 넘치고, 모인 사람들을 먹이려고 돈과 재물이 곳간에서 풀리어 쏟아져 나오는 날입니다. 

각자 다른 곳에서 살던 사람들이 한곳에 집중되며 인연이 넘치는 날이기도 합니다. 

기름진 음식을 물리게 먹고 나면 담박하고 텁텁한 것이 먹고 싶습니다. 

마가 낄 것 같은 불안에 해결사처럼 등장하는 것이 바로 수입니다. 이 수는 짝수가 아닌 홀수입니다.

홀수는 외로운 수입니다. 짝이 지어지지 않고, 딱 떨어져 나뉘지도 않습니다. 

기름진 음식에 살짝 그 기운을 누르는 소스처럼, 홀수는 그런 역할을 합니다. 

홀수 덕에 넘치는 기운은 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균형 감각이 일깨워집니다. 

이처럼 수의 심리학으로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좀 더 뭔가 딱 들어맞는 해답을 원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하기도 합니다. 이론이 등장하는 것이지요.


양은 길한 수

음양오행 이론에 따르면 홀수는 양이고 짝수는 음입니다. 


음은 부정적인 것의 대표이고, 그에 비해 양은 모든 긍정적인 것을 대표합니다. 


이것을 그려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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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에는 무엇이 들어갈까요? 

바로 길(吉)이 들어갑니다. 

음양오행 이론이 성행했던 우리의 전통 사회는 양이 길하다는 증거를 수와 함께 들고 있습니다. 

설날은 1월 1일이고, 삼짇날은 3월 3일, 단오는 5월 5일, 칠석은 7월 7일, 중양절은 9월 9일입니다. 

이 날들은 양의 기운이 매우 강한 날이고, 그 기운으로 한 해의 나쁜 기운인 음의 세력을 몰아내는 날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친숙한 단오절을 보겠습니다. 

단오의 단은 첫 부분을 뜻하는, '서단' 할 때 쓰는 말입니다. 

5월 첫째 5일이 단오입니다. 

오(午)는 12지지 가운데 화(火)에 속하는 것입니다. 

사오(巳午)가 모두 화인데, 오는 양화(陽火)이고 사는 음화(陰火)입니다. 화가 양이고 오가 양화이므로, 양 가운데 양이 되는 것입니다. 

양의 기운이 가장 강한 것을 뜻하지요. 

이 단옷날 오시(午時), 곧 오전 11시~오후 1시에 약초를 뜯어 말린 것은 양의 기운이 가득 담긴 영험한 힘을 가진다고 합니다. 

양을 잘 나타내는 자연의 사물이 바로 불입니다. 음은 습기나 물을 뜻합니다. 

그래서 이 불로 물기를 말려버리는 것입니다.

우리의 전통의학은 음을 만병의 실체로 보았습니다. 

양이 불이라면, 이 불은 한곳에 정체되지 않고 움직이는 것입니다. 

불처럼 격렬하게 움직이는 것이 또 있을까요. 

이 불이 훨훨 타오르는 것이 바로 심장입니다. 

심장은 태양처럼 타오르고 있습니다. 심장이 타오르는 동안 사람은 살아 있습니다. 

이 불이 꺼지면 사람은 죽습니다. 

반면 병이나 죽음이라는 것은 머물러 움직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을 울결(鬱結)이라고 하지요. 음울한 하늘에 시커먼 구름이 끼어 천지가 막혀 있는 것처럼, 사람에게 병이란 기운이 한곳에 멈춰서 음험하게 잠복해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음을 가리키는 것이지요. 

홀수가 겹치는 날은 이런 음을 없애는 날입니다. 

삶의 음울함을 쫓아내는 날이지요.

결혼식은 음울한 날은 아니지만 넘치는 기운이 강한 날이므로 금세라도 나쁜 국면으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날입니다. 

손자 과자 사주려고 꼬깃꼬깃 모은 돈을 잃어버린 노모의 잔걱정을 위로해드리려고 "액땜이니 잘된 일입니다"라고 해주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사랑하는 두 남녀가 한 가정을 꾸리고, 땅을 갈아 먹을 것을 마련하고, 아이를 낳아 이 세상의 문명을 이어주는 인간의 막중한 사명을 시작한 날입니다. 

인륜의 가장 큰일이라던 이날, 무슨 나쁜 일이 있겠습니까? 

홀수 단위로 봉투에 작은 성의를 넣는 그 사람의 손길에, "더할 나위 없는 이날 끝없이 이어져라" 이런 심정이 실리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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