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부터인가 책을 볼 때 눈에 가까이 대면 어지럽고 흐릿해서
잘 안보여 한 50 cm 정도의 거리를 두어야 잘 보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집에서 책을보거나 폰을 들여다 볼때면 눈에서
멀치감치 띄어놓고 들여다보고 있다.
나의 그런 행동을 뻔히 보면서도 일곱살 차이나는 마누라는
스마트폰에 재미난 기사라도 뜨거나 카톡에 재미난 이야기가 올라오면
바로 내 눈앞에 갖다 대고는 "함 봐봐 되게 웃겨"
몇번을 참았는데 안되겠다 싶어서
"이렇게 코앞에 갖다대면 안보인다고, 좀 띄어서 보여주라고"
"하이고, 우리 서방님도 이제 다 늙었구마이. 그 씽씽하던 서방님은 어데로 갔나....."
마누라도 어느덧 연식이 차다보니 시력이 예전같지 않은지
마트에 갈때면 안경점에 들러서 안경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내가 뭐 재미난 기사가 있어 스마트폰을 일부러 마눌 코앞에 갖다대면
버럭 역정을 내며, "이렇게 가까이 대면 안보이잖아" 라고 날 야단친다.
어느날 부터인가 청력도 떨어지기 시작하나 보다.
TV 소리도 나도 모르게 자꾸 볼륨을 올리게 되고
마누라가 이런저런 이야길 하면 "뭐라구?" 라고 하기를 반복한다.
마누라는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몇번씩 똑같은 말 하게 한다고 앙탈을 부린다.
그러던 마누라의 귀에도 이상이 오기 시작 했다보다
뭘 물어보면 엉뚱한 대답을 하기 일쑤이다.
"오늘 저녘 메뉴는 뭐야?"
"뭐라구? 오늘 저녘에 외식 하자구?" 라거나
"큰녀석이 불면증이 걸렸다는데 장가 보낼때가 된거 아닌가?"
"뭐 큰녀석이 벌써 장가를 가고 싶다고 그래? 라며 엉뚱한 대답을 한다.
"마눌, 요즘 자꾸 엉뚱한 대답을 하시네?"
"내가 뭘 어쨌다구 그래...."
나는 마누라의 목을 두손으로 움켜쥐고 흔들며 이렇게 이야기 했다.
"어때, 당해보니 이제야 제대로 알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