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란?
우울증은 기분1) , 신체2) 및 인지3) 영역에서 여러 가지 이상이 발생하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하고 심각한 질환 중 하나이다. 우울증은 전 연령대에서 발생하여 개개인의 일상생활에 장애를 초래하고, 특히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와 같은 인지기능 저하 증상으로 인해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생산성을 저하시킨다.
우울증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최근 30여 년간 점차 더 많은 우울증 치료 약물 및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어 희망적이다. 현재 우울증 치료 효과가 명백히 밝혀진 수십 가지 약물이 개발 및 사용되고 있으며, 이제는 고혈압이나 당뇨를 치료하듯 개개인의 우울증 양상과 신체적 특성을 고려해 여러 종류의 항우울제 중 잘 맞는 것을 선택하여 약물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인지행동 치료나 정신 치료, 전기자극 치료 등 여러 비약물적 치료도 가능하다.
우울증 치료의 장애물
나는 우울증이 아니야
우울증은 흔한 질환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우울증이라고 생각하지 못하여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받을 시기를 놓치거나, 내과나 가정의학과 등 다른 과에서 적절치 않은 치료를 받으며 지속적으로 고통 받는 경우가 많다. 다음의 경우를 살펴보자.
· 만성 피로에 항상 무기력하고 직장에서 집중이 잘 안 되어 업무 중 자꾸 실수하는 36세 남자
· 지속적인 두통과 불면, 의욕저하로 학업을 수행하기 어려워 휴학한 22세 남자
· 원인을 모르는 가슴 답답함, 소화불량, 식욕저하, 각종 근육통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워 누워 지내는 65세 여자
·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고 화를 조절하기 어려워 가족을 괴롭게 하는 30세 여자
· 복통, 두통을 호소하며 친구들과 만나거나 등교를 거부하고 게임에만 몰두하는 16세 청소년
· 이유 없이 눈물이 계속 나고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하거나 죽고 싶은 생각이 드는 24세 여자
이들의 공통점을 무엇일까? 이들 모두가 우울 증상에 해당된다. 흔히 우울하고 슬픈 기분이나 자살 사고 등 전형적인 증상이 있어야만 우울증이라고 생각하지만, 기분 증상 외에도 다양한 신체 증상, 인지 증상이 우울증과 관련되어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감정을 절제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유교 문화권에서는 우울 증상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소화기 증상이나 통증 등의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이 경우 대부분은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받지만, 신체적 질환이 발견되지 않고 불필요한 시술이나 약물 치료가 지속되면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은 약한 의지의 문제
가족들이나 스스로가 우울증인 것 같다고 생각해도, 우울증은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것이므로 ‘강한 의지로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거나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정신과적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정신과적 치료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우울증을 사소한 문제로 취급하며 오히려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가족들도 있다. 그러나 치료받지 않은 우울증은 다양한 신체적·사회적 기능 저하와 관련되므로 학업 및 직업을 중단하거나, 대인관계와 가족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거나, 자살로 이어지는 등 개인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일단 우울 증상이 발생하여 이로 인해 사회·직업적 생활 및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면 신속하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적절한 치료로 우울증으로부터 회복이 가능하며,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해 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기간을 단축시킴으로써 우울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상생활에서의 삶의 질 저하, 기능 저하로 인한 개인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신과 약물은 중독된다
정신과 약물에 대해 흔히 보이는 편견으로, 정신과 약물은 오랜 기간 복용하면 중독된다고 생각하여 우울증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정신과적 치료, 특히 약물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중독’이라고 하면 화학물질과 의약품 등 유해물질에 의한 신체 증상으로서의 중독(intoxication)과, 알코올이나 마약과 같은 약물 남용에 의한 신체적·정신적인 의존이 문제되는 중독(addiction)을 동시에 일컫게 되는데, 일반인들이 정신과 약물에 대해 걱정하는 중독은 보통 후자 쪽에 해당한다. 학계에서는 약물 중독보다는 ‘의존’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는데, 의존에는 내성 또는 금단 증상이 모두 포함된다.
항우울제, 항정신병 약물을 비롯한 대부분의 정신과 약물은 내성과 금단 증상이 모두 없다. 단, 신경안정제의 경우 남용하게 되면 신체적 의존을 유발하므로, 제대로 된 정신과적 평가 및 치료를 받지 않고 인근 병원에서 신경안정제만 처방 받아 장기간 복용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된다. 항우울제를 6주 이상 사용하다가 의사와 상의 없이 갑자기 중단하는 경우 감기 유사증상, 불면, 구역, 두통, 불안, 어지러움, 감각이상 등으로 나타나는 항우울제 중단 증후군이 일부 환자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약 1~ 2주까지 증상이 지속될 수 있다. 따라서 약물 중단을 원할 때에는 반드시 담당의와 상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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