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가격에는 소비자들의 상품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다. 비싼 상품이 시장에서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비싼 가격임에도 소비자들이 계속 상품을 구매해 왔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가격이 비싸도 구입하는 이유는 대개 ‘품질’이다. 비싼 상품들은 그만큼 양질의 가격을 갖춘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근 6년간 불거진 가습기살균제ㆍ살충제 계란ㆍ생리대 여파가 ‘비싼 제품’에 대한 신뢰성을 훼손시켰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살충제 초과 검출 판정 농가 52개 가운데 31곳이 친환경인증을 받은 제품이었다. 특히 살충제 초과 검출 판정 농가 중 2곳은 식약처에서 관리하는 난각 코드조차 부착돼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버젓이 친환경 인증마크를 받고 판매됐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 포장지에는 무항생제ㆍ유기농ㆍ동물복지ㆍHACCP(해썹ㆍ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과 같은 마크가 붙어있다. 가격은 일반 제품에 비해 2000~3000원 이상 비싸다.
이들 농가는 원칙적으로 살충제를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정부의 관리ㆍ감독이 부실한 틈을 타 규정을 어겼다.
소비자들은 친환경 인증을 받은 ‘프리미엄 계란’을 안전한 먹거리로 인식해 일반 계란보다 비싼 가격에도 구매해 왔다. 최근 불거진 여파에 비춰볼 때 도끼에 발등이 찍힌 셈이다.
‘프리미엄 상품의 반란’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소재다. 지난 2011년 터진 이래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광고 문구를 넣은 P&G 상품에서 시작됐다.
일반 가정에선 가습기 살균제를 쓰지 않고, 제품을 닦기만 한다. 제품을 청소하고 건강을 위해 추가로 살균제까지 뿌린 일부 프리미엄 사용자들이 되레 피해를 봤다.
‘프리미엄 제품’인 가습기 살균제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큰 봉변을 당했다. 보건복지부가 ‘동물실험 결과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인 PHMG, PGH(염화올리고에톡시에틸구아니딘)의 흡입 독성을 확인했다’고 2011년 밝혔을 때 이미 사망자와 피해자는 양산된 상황이었다.
최근 불거진 생리대 문제는 ‘프리미엄 제품’과는 관계가 없지만, 한국의 생리대 제품이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비싼 점에서 궤를 같이 한다.
국내 생리대 가격은 선진국보다 2배 더 비싸다. 지난해 한국의 생리대 1개당 평균 가격은 331원이었는데, 일본과 미국은 181원으로 한국보다150원 쌌다. 프랑스도 개당 218원 수준이었다.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생리대 가격을 높게 판매해 왔다.
결과적으로 이는 소비자 불신운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최근 불거진 사태에 대해서 다수의 소비자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업체들의 부당한 행태를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불신현상은 결과적으로 업계 전체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미 소비자들은 기존 상품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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