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국가산업단지에서 자동차 부품 등을 납품하는 A(51) 씨는 이달 초 새로 입주했던 옆 공장이 이른바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광산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설비기계가 쉴 틈 없이 돌아가 시끄러웠던 전임 입주자에 비해 비교적 조용했는데, 가상화폐 채굴기를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이달 초 인근 파출소에서 옆 공장에 순찰을 나오면서 해당 공장이 불법으로 입주해 가상화폐 채굴을 하고 있었단 사실이 드러났다. 현장에는 컴퓨터용 그래픽카드가 수백개씩 꽂혀 있는 기계장치가 수 십대씩 돌아가고 있었다. A 씨는 “전기 사용량이 이상하면 가끔 한전에서 찾아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경찰까지 찾아와 소란이 벌어졌다”며 “그 이후 입주 기업들에게 ‘단지 내에서 가상화폐 채굴은 불법’이라는 내용의 안내장이 왔다”고 했다.
이처럼 국가 산업단지와 농어촌 등 전기세가 비교적 저렴한 지역을 중심으로 가상화폐 채굴장이 암암리에 운영되고 있다. 산업용이나 농업용 전기를 이용하면 채굴기만 켜놔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리에 불법 채굴장이 성행했지만, 최근에는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면서 스스로 채굴장을 포기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값싼 산업용이나 농업용 전기를 이용해 가상화폐 채굴장을 운영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현행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허가받지 않은 업종인 가상화폐 채굴업을 국가산업단지 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채굴업체들은 ‘수지타산’ 때문에 산업단지에 계속 잠입하고 있다. 비싼 가격과 누진제가 있는 가정용 전기를 이용하는 것보다 값싼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면 공장 임대료를 내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가상화폐 채굴대행업체는 “공공 전기를 이용하거나 산업용 전기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투자금을 내면 산업용 전기를 이용해 채굴 대행을 해주겠다”고 광고하고 있다. 실제로 한 채굴대행업체는 “1000만원을 투자하면 4개월 안에 투자비용 회수가 가능하다”며 “산업용 전기를 사용해 수익이 크다”고 버젓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광고하고 있다.
기업형 채굴 대행업체까지 성행하면서 단속도 강화되고 있다. 한전은 기존 산업용ㆍ농업용 전기와 사용 패턴이 다른 의심업체에 대해 현장조사에 나가 위약이 확인된 사업장에 대해 위약금을 부과하고 있고, 산업단지에서도 자체적으로 불법 입주 채굴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면서 가상화폐 채굴이 더는 수익성이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은 1400만원대로 폭락했는데, 채굴이 많이 이뤄지면서 난이도는 오히려 상승했기 때문이다. 대형 채굴기가 오히려 전기세만 많이 나와 채굴을 포기했다는 글도 가상화폐 커뮤니티에서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종별로 사용 목적이 제한돼 있는데, 이를 위반하고 산업용 전기 등으로 가상화폐 채굴에 나서는 것은 계약 위반”이라며 “적발 시 위약금과 함께 일반 전기요금 등으로 계약을 변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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