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 뛰어든 키움뱅크 컨소시엄과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결국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탓에 모두 심사에서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위원회는 금융·법률·소비자·핀테크·리스크관리 전문가 등 민간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외평위)가 키움뱅크와 토스뱅크를 모두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외평위는 먼저 키움뱅크는 "사업계획의 혁신성,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에서 강조한 것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주도하는 '금융 혁신'이었다.
여기서 키움뱅크는 기존의 키움증권에 은행을 더해주는 것밖에 안 된다는 의구심을 극복해야 했다.
키움뱅크는 SK텔레콤, 11번가, 롯데멤버스 등 대규모 회원을 가진 기업과 협력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굵직한 주주인 하나금융까지 나섰기에 자본력은 탄탄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그러나 기존 은행을 뛰어넘어 인터넷전문은행만 할 수 있는 혁신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기자들과 만나 "금융업체가 주도하는 것 자체가 단점이 된다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며 "금융과 ICT가 융합하는 형태인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키움뱅크 컨소시엄에 다우기술, 한국정보인증, SK텔레콤 등 IT기업 지분이 총 29%에 달했기에 금융업체가 주도한다는 사실 자체는 전혀 감점 요인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주도한 토스뱅크는 혁신성 측면에서는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토스는 기업가치를 1조3천억원으로 평가받은 유니콘 기업이자 국내 간편송금의 선두주자다.
그러나 결국 은행이 기본적으로 탄탄하게 갖춰야 할 자본조달력과 안정성 면에서 속 시원한 설명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외평위는 토스뱅크가 "지배주주 적합성(출자능력 등), 자금조달능력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탈락 이유를 설명했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그린 주주구성 밑그림은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사실상 지분 대부분을 가지고 독주하는 체제였다.
비바리퍼블리카 혼자 지분 60.8%를 차지하고, 기존에 비바리퍼블리카에 투자한 외국계 벤처캐피탈(VC)이 토스뱅크 주주로 또다시 참여하겠다고 했다. 이들 비바리퍼블리카 계열 지분을 합치면 80.1%나 된다.
이렇게 불균형한 주주구성은 안정성 부족으로 연결된다.
게다가 토스가 은행 송금수수료를 대신 내주는 방식으로 영업하다 보니 비바리퍼블리카의 작년 순손실은 444억7천만원에 달했다.
최근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는 케이뱅크가 대출 중단을 반복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자금 조달력은 중대 변수가 됐다.
비바리퍼블리카 측은 리빗캐피탈 등 세계적인 VC가 토스뱅크를 지원할 의지가 매우 강하다면서 자본조달력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설득력이 부족했다.
윤 국장은 "주주가 국내 자본이냐, 해외 자본이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기본적으로 보는 것은 그 자본이 얼마나 안정적인가, 앞으로 자산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영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자본을 원활히 확보할 수 있느냐다"라고 말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자신들이 ICT 기업이라고 어필하다가 다시 금융주력자라고 반대 논리를 펼치는 난감한 상황에도 놓였다.
애초 비바리퍼블리카는 금융자본인 신한금융지주와 손잡고 ICT기업이라는 강점을 부각했으나 신한금융과 협업이 막판에 결렬된 것이다.
결국 신한금융 몫의 지분을 비바리퍼블리카가 혼자 메우면서 다소 기형적인 구성이 만들어졌고, 이조차 가능하게 하려면 자신들이 금융자본이라는 판단을 받아야만 했다.
비바리퍼블리카 측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새로운 은행인 만큼, 토스의 '혁신 유전자'를 봐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객 자금을 다루는 은행으로서 안정적인 운용 능력이 보장되지 않아 고배를 마셨다.
2박 3일에 걸친 심사에서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컨소시엄 모두 외평위와 직접 질의응답을 진행했으나 위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윤 국장은 "기본적으로 혁신성이 중요하지만, 은행이 금융 시스템에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는 면에서 안정성을 똑같이 중요한 기준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혁신성과 안정성을 균형 있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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