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전원 완치, 의료진 감염 0명… 고양 명지병원 이꽃실 교수팀]
"메르스 언젠간 한국에 온다" 의료진·행정직 80여명 뭉쳐 1분 단위 대응 시나리오 짜
바이러스 묻는 방호복엔 형광물질 묻혀 착·탈복 훈련
전담 의료진, 환자 생기자 일반 환자 안보고 병원 숙식
◇메르스는 반드시 온다
지난해 4~5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 환자가 대거 나오고, 치사율이 40%를 웃돌자, 이 교수팀은 메르스 신종 감염병 대응 체계 구축을 위한 전담팀을 6월에 발족시켰다. 정부가 시킨 것도 아니다. 이 교수는 "국가 간 교류가 빈번한 상황에서 해외 신종 전염병은 반드시 우리나라에 오고, 국내에 오면 국가 지정 음압격리병상을 운영하는 우리 병원에 반드시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감염내과, 호흡기내과, 감염관리 간호사, 행정직원 등 80여명이 두 달 동안 분야별로 수차례 회의를 가지며, 메르스 환자 입원 시 격리병상과 의료진을 어떻게 운영할지 매뉴얼을 짰다.
9~10월에는 방호복을 입고 벗는 훈련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의료진 감염은 주로 메르스 환자를 진료할 때 바이러스가 방호복에 묻고, 이를 벗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맨살에 묻어 일어난다. 이에 이 교수팀은 방호복에 형광물질을 묻히고 착·탈복 연습을 시켰다. 방호복을 벗은 후 형광카메라를 비춰서 조금이라도 형광물질이 살에 묻어 있으면, 제대로 벗을 때까지 훈련했다.
◇메르스가 마침내 왔다
지난 5월 20일 국내에 메르스 1번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이 교수팀은 의료진을 모아 다시 매뉴얼을 숙지시키고, 방호복 착·탈복 훈련을 또 했다. 메르스 치료에 필요한 약물을 재점검하고, 용량까지 확인했다. 마침내 5월 30일, 평택성모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12번 환자(여·49)가 명지병원으로 온다는 연락이 왔다. 신속대응팀원이 평택으로 달려가 방호복을 입고 앰뷸런스에 동승했다. 구급차가 명지병원에 도착하기 1㎞ 전, 이 병원 건강검진 차량이 음압병동 건물 출입구로 이동했다. 메르스 환자가 병원에 들어온다는 것을 일반 환자들이 보고 불안해할까봐 위장막을 친 것이다. 사전에 훈련한 시나리오다. 환자가 도착하자 방호복을 입고 대기하던 의료진이 미리 잡아놓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환자를 음압병실에 신속히 입원시켰다. 이어 소독대응팀이 그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혹시나 묻었을 바이러스를 바로 사멸 처리했다.
메르스 환자가 속속 음압병실에 입원하면서, 간호부장을 포함한 의료진 약 20명은 처음부터 병동에서 숙식했다. 이 교수는 3주간 머물며 환자 치료를 진두지휘했다. 메르스 환자 진료팀은 일반 환자를 아예 보지 않도록 했다. 이들은 음압병실 옆 일반병실을 여관방 삼아 배달되는 병원 밥을 먹으며 환자와 동고동락했다. 간호사들은 방호복을 입고, 메르스 환자들의 머리도 감겨주었다. 이 교수는 "메르스 환자를 처음 접하는 상황에서 폐렴이 확 번지면 긴장이 됐다"며 "해외 논문을 보고 미리 연구해 놓은 치료법대로 처치를 하니 환자들의 병세가 점차 좋아졌다"고 말했다. 비로소 지난주에 다섯 번째 환자가 병원을 나서면서 '메르스 명지대첩'은 마무리됐다. 명지병원은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유행 시 우리나라 병원 중 가장 먼저 신종플루 대응센터를 차렸고, 이 교수팀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2만5000여명의 신종플루 환자를 선제적으로 진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