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잔 할래?"
"막걸리 한잔 할래?"
정말로 막걸리가 먹고싶단 뜻이니,
막걸리 안 땡기면 거절해도 됩니다.
"맥주 한잔 할래?"
만나서 가볍게 웃고 떠들잔 얘기니,
그럴 기분 아니면 거절해도 됩니다.
하지만,
"소주 한잔 할래?"
이 말은 좀 다릅니다.
진짜로 소주가 먹고싶거나
가벼운 기분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힘들어서 일겁니다.
외로워서 일겁니다.
외로워서 힘들고,
힘들어서 외로운게
사는 일 아니겠습니까?
소주가 맛있어 먹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저 알콜에 물 탄게
소주 아니겠습니까?
그걸 굳이 조그만 잔에
홀짝홀짝 따라먹는 건
왜이겠습니까?
이 쓴 소주를 핑계삼아,
만나고 싶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같이 놀자고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어른들이라,
그저 같이 소주 한잔 하자는
말로 대신하는것 아니겠습니까?
숨바꼭질이나 발야구를 할수있던
시절은 지나가 버렸습니다.
젊음은 언제나 더 젊었던 날들에
바쳐지는 이름인 것도 같습니다.
너무 멀리 떠나온 우리는 이제 서로의
힘듬과 아픔을 온전히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건,
소주 한잔 함께 마셔주는 것 뿐입니다.
외로운 잔 홀로 비우게
하지 않는 것 뿐입니다.
괜찮다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다 이겨낼 수 있다고....
취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함께 있어주는 것입니다.
비록 어두운 밤
어느 갈림길에선가
비틀비틀 헤어지겠지만....
아침이면 쓰린 속과
흐릿한 기억 뿐이겠지만....
그래도 춥고 서글픈 밤에
쓴 소주잔 함께 비워 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당신 가슴 한 켠에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소주 한잔 할래?" 라는 말을 해줄
말을 건넬 친구나 벗이 있다는 건
참... 인생을 잘 사신겁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