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변하지 않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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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변하지 않는 사랑

김태완 목사

언젠가 소설책을 읽은 적이 있다. 한어머니와 딸, 갓난아기 외손녀가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데 버스가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장면은 나의 머리에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 사고 현장에 할머니와 딸과 손녀가 엉켜있는 모습인데 사고를 당한 그 순간할머니는 자기 딸을 부둥켜안았고 딸은 자기 딸인 손녀를 끌어안고 있는 장면이다. 그런데 제일 속에 있던 아기만은 살아 있던 모습이다. 이것이 그 소설의 사랑의 결론 이었다.

사랑이라는 말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이다.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저절로 머리가 숙여 지기도 한다. 그런데 사랑을 받는 사람들 보다 사랑을 베푸는 사람들에게 참 기쁨과 보람과 희망이 더 넘치는 것은 그 사랑 속에 진리가 함께 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사랑을 뜻하는 희랍어 단어는 네 가지나 있다고 한다

첫째, 에로스의 사랑은 어떤 필요에 의하여 사랑하는 즉 이성간의 사랑이다. 남녀의 사랑은 두 사람의 공통점으로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점을 감싸 주고 이해하면서 생활하게 된다. 그런데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하는 것은 자기만을 사랑하는 이기적이고 무원칙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스토르게의 사랑은 동족애나 부모와 자녀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애정을 의미한다. 요즈음은 생활이 어렵다고 자녀들을 내버리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남편을 살해한 아들을 변호하는 어머니의 자세도 스토르게의 사랑이다. 부모의 사랑은 자연스럽게 대를 이어간다. 그러나 패역한 시대에서 볼 수 있는 스토르게의 사랑도 역시 불완전한 사랑이다.

세 번째, 휠리아의 사랑은 친구 사이의 사랑 즉 우정이다. 그러나 친구의 우정도 한결같지가 않아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원수가 되는 예가 허다하다. 그러므로 이 사랑도 이해관계를 벗어날 수 없는 제한된 사랑이다.

네 번째, 아가페의 사랑은 세상의 사랑과 차원이 다른 사랑이다. 정말 강요받지 않는 사랑이다. 사심 없이 자발적으로 사랑하는 사랑으로 스스로를 희생하는 사랑이다. 그래서 이 사랑을 가리켜서 주는 사랑이라고 한다. 이 사랑을 모든 사람들이 간직하길 원한다.
아가페의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온유하며 시기도 자랑도 교만도 아니 하는 사랑이다. 무례히 행치 아니하고 자기 유익도 구하지 않고 성내지도 않고 진리와 함께 기뻐하는 사랑이다. 변하지 않는 한결같은 사랑이다.
오늘날 사랑을 베푼다는 일을 하면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세상에 들어 날 때 정말 안타깝고 답답할 때도 있다. 사랑을 한다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베푸는 사랑은 참 사랑이 아니다. 동기가 순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사랑을 외치고 부르짖어도 거기엔 진리가 결여된 것이기에 무의미한 것이다. 즉 사랑이 진리를 희생 시킬 때 그 사랑은 참 사랑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과 자신의 생각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실 되게 사랑하는 것이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나는 우리 태국 현지에 살고 있는 모든 한인사람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서로 진실 되게 사랑하는 그 날을 바라본다. 무엇보다도 모든 담을 허무는 것은 돈도 아니고 쾌락도 아니고 편안한 삶도 아니고 넓은 집도 아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다. 바로 이 사랑이 결코 변하지 않는 사랑이다.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