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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어둠을 가르며 무리가 하늘을 오른다. 어둠 속에서 먹이를 포착하면 빨대와 같은 긴 혀를 사용하여 피부에 가장 가까운 혈관에 대고 길게는 수십여 분 피를 빨아 댄다. 흡혈박쥐들에 대한 경이로움은 먹이를 빨아대는 순간이 아니다.
식사를 마친 흡혈박쥐들이 무리를 지어 서식처로 돌아 왔을 때,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무리 중 일부 성인 박쥐와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어린 박쥐들은 식사를 하지 못한 채 돌아오게 되는데, 충분히 식사를 한 박쥐들이 피를 토해 내어 굶주린 박쥐들에게 영양분을 나누어 준다.
다윈의 진화론 이후 생명계는 적자 생존의 원칙으로 표현되는 약육강식의 논리만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는 고등 동물이나 심지어 바이러스 세계에서 조차 공존을 위한 상호 협력의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 준다.
언어와 도덕, 종교 그리고 다양한 사회 조직과 이념을 가진 인간계에서 갈등과 적자 생
존만으로는 생존하고 발전되어 갈 수 없는 사회 시스템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기적인 유전자로서의 본능에 더불어 이타적 상호성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 인간뿐이 아닌 전체 동물계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말이다.
이타적 상호성이나 협력을 배제한 채 살아가는 무리들이 바로 전편에서 언급한 L씨와 같은 부류에 있는 인간들이다. 마약 판매건 동료간 횡령이건 내용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순간 이익을 위하여는 무엇이던지 할 수 있는 부류들이다. 그리고, 타인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를 저지르며 강제성과 폭력을 동반하는 반사회적 무리들이다.
강기만(가명, 남 40세)은 LINE을 통해 그 여자를 만나 태국으로 들어와 수 차례 데이트를 하고 관계를 가졌다. 사건이 벌어지던 날도 새벽까지 클럽에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클럽이 문을 닫은 새벽에 의견이 맞지 않아 약간 다투며 여자의 아이폰을 물에 빠트린 것 외에는 특이할 만한 큰 변화는 없었다.
다음날 오후, 호텔로 그녀와 함께 닥친 경찰에 체포되어 룸피니 경찰서로 연행되어 갈 때까지도 자신의 행위가 강간죄에 해당한다는 인식조차 없었다.
그녀는 치밀했다. 엉성한 한국남자를 엮기 위하여 호텔내 CCTV가 설치된 위치에서 서럽게 우는 장면도 연출하였고, 호텔 룸 안에서 약간의 반항하는 시늉도 하였으며 관계 후 샤워하지 않고 증거물(?)을 보존하는 영악함까지 갖추었다.
놀라운 것은 그녀가 사실은 그녀가 아닌 꺼터이에 해당하는 레이디 보이란 사실이었다.
물론, 경찰서에서 조차 강기만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우리나라 형법상 강간죄의 객체, 즉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대상은 ‘부녀’에 해당한다. 그러나, 태국형법 제27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강간죄의 객체는 ‘타인’이다.
말하자면 우리 형법상 강간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여자에 한하며 대상이 남자일 경우에는 강간죄 보다 죄질이 조금 낮은 강제추행죄의 적용을 받게 되지만, 태국법상 강간죄의 객체는 남자이건 여자이건 관계없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 내용을 파악하고 실소를 금치 못하였지만, 치밀한 그녀(?)에게 자~알 엮인 강기만의 입장에서는 합의로써 조속히 종료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수 차례의 줄다리기 후에 합의서에 사인하고 나오며,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사건들을 설명하며 조심할 것을 환기 시켜 주었지만, 그녀(?)가 바로 그녀라는 사실에 대하여는 말해 주지 않았다. 상당한 금전 손실을 입은 후에 받게 될 정신적 손실을 고려하여.
글 : 김철용(법과길 대표 LAW & ROAD Co., Ltd)
“ 법과 길(사건사고, 민형사소송 상담)은 한국인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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