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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태국인, 태국경찰 그리고 살아남기]-그녀는 왜 떠나야 했나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인간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행복하고 태어났다면 일찍 죽는 것이 행복하니 자살을 선택하라고 했다.
쇼펜하우어의 사상은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교의 고집멸도(苦集滅道)의 사성제(四聖諦)는 인생은 고통이며, 고통은 집착에서 생기고 그 고통의 원인을 소멸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염세주의 자살론을 주장한 쇼펜하우어는 72세까지 비교적 장수를 누리고 세상을 떠나 갔다.
강서영(가명, 여, 45세)은 오랜 시간을 준비해 왔다. 이제 결심을 실행해야 했다.
방콕, 쑤쿰윗 쏘이 12의 한인타운을 끼고 들어가면 작지만 아늑하게 느껴지는 뷰티크 호텔에서 서영은 15개월의 지루한 방콕 생활을 접기를 원했다.
욕조에 가득 물을 채우고 준비해 둔 캘리포니아 와인을 꺼내 마지막 만찬을 즐긴다.
약간의 취기가 돌고, 일본제 노트북을 꺼내어 혹 남아 있을 인생의 흔적을 말끔히 지운다. 휴대폰에 남겨진 지루한 일상의 기억들도……
옷장에서 옷걸이를 꺼내어 천장에 단단히 묵고 줄을 연결한다. 이제 저 줄에 목을 내 맡기면 40여 년의 힘겨운 일상은 끝이 나게 될 것이다. 서영은 샤워를 마친 육체에 가장 깨끗한 속옷을 꺼내어 입힌다.
매일 쏟아지는 비에 홍수 피해로 서민들이 힘겨워하고, 프어타이당의 잉락이 총선의 기쁨을 누리고 있던 8월의 어느 날, 서영은 그렇게 세상을 던지고 가 버렸다.
미리 호텔비를 계산한 후 모든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해 온 서영은 뷰티크 호텔 7층에서 여행용 가방 하나, 노트북, 그리고 휴대폰만을 남기고 떠나 갔다.
156센티미터의 자그마한 키, 그녀의 영혼이 빠져 나간 육신은 단아하고도 아름다웠다.
저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도록 모든 기록을 지운 채, 부모 형제에게 한마디 남기는 유서도 없이 사라져 갔다.
공항에서 서영의 언니와 오빠를 만났다. 서영 언니의 주름진 얼굴에서 서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자매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언니는 오랜 시간 연락을 끊고 홀로 지낸 동생의 마지막을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담담한 목소리였으나 동생을 끔찍이 아낀 서영의 오빠는 침통하고 괴로운 얼굴이었다.
“너무 똑똑했어요. 하나를 말하면 열을 미리 머리 속에 정리해 버리는 빈틈없을 정도로 똑 부러지는 성격이었죠.” 일본에서 홀로 대학을 졸업하고 10여 년을 일본에서 생활하다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한국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한 듯 했다고 한다.
이성을 만나도 그 남자의 모든 것이 한눈에 보여 오랜 만남을 가지지도 못했다.
그녀는 심각한 우울증으로 인생에 극단적 염세를 가지고 있었다고도 한다.
무엇이 그녀를 떠나게 해야 했을까.
항구 근처 껑떠이 사원에서 그녀를 보냈다. 1270도가 넘는 고온의 불길 안으로 그녀의 남겨진 육체는 사그라져 버리고 40여 년의 세월은 몇 줌의 뼛조각으로 남아 생의 덧없음을 일깨워 주었다. 남겨진 가족의 오열에 관계없이 세상의 모든 미련을 남김없이 버린 서영은 한마디 말도 없이 욕망의 소용돌이를 뒤로 하고 그렇게 떠나 버렸다.
글 : 김철용(법과길 대표 LAW & 路 Co., Ltd)
“ 법과 길은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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