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의 유혹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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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의 유혹①

2009.12.20.

아침 저녁으로 서늘하던 날씨가 다시 더워졌다.

주말이다. 토요일 일요일 이틀이 완전히 내 시간으로 떨어졌다.

사실 천금 같은 시간이다. 월급쟁이 할 때는 이런 시간이 얼마나 기다려졌던가? 젊은 날이야 항상 일에 쫓겨 일요일 하루도 온전히 나한테 떨어지는 날이 많지 않았고, 그런 날은 또 거실의 소파에서 낮잠 자기로 보내는 날이 많았다.

어쩌다 좋은 책이 구해져 일요일에 읽어볼 요량으로 책을 잡으면 두 세 장 넘기기 전에 잠이 쏟아졌다. 이 행성이 자전을 멈춘다 해도 자지않고는 배겨낼 수가 없었다. 아내와 아이들 등쌀에 공원이다 연주회다 전시회다 하는데 마지못해 끌려 나와도 모두가 심드렁했다.

“당신은 취미가 뭐요?”

젊어서 아내가 가끔 하던 불평이다. 이런 질문에 나도 딱히 대답할 말이 없었다.

눈 코 제대로 뜰 사이없이 밀어 부치는 종합상사의 업무는 해도 해도 목표치 달성이 요원하기 때문에 늘 나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다뎠다.

경영자들도 회사원 개인들이 즐길 수 있는 시간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보니 나 스스로도 회사일이 잘되고 못되고에 따라서 일희 일비하면서

청춘을 담보했지 내 자신의 취미 생활이나 가족은 두번째 였다.

친구도 관리가 필요한 존재이다. 최소한 가끔 만나지도 않는다면 멀어질 수 밖에 없다. “Out of sight out of mind”는 연인 관계에서만이 아니고 친구 관계도 그렇다. 그 시절에 자주 만나는 친구는 회사와 업무에 관계된 사람들로 한계가 있었고 그 것도 내 취미인 술 잘 마시는 친구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술을 마시는 것도 그렇다. 한정된 시간에 친구들과 같이 즐길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가 않다. 등산이다 낚시다 영화관이다 하는 것도 짧은 시간으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노릇이다.

지금 내가 한국에 있다면 낚시를 열심히 다녔을 것 같다.

사색할 시간이 많은 낚시가 그래도 나에게 위안을 주었던 걸 생각하면 그렇다.

그 시절에 비한다면 지금은 쉴 수 있는 날도 많고 내 시간도 마음만 먹는다면 쉽게 가질 수 있다. 군자는 홀로 있는 시간을 삼간다고 했는데, 이런 시간을 잘 활용하면 학자도 될 수 있고, 삶과 죽음이라는 명제를 천착 한다면 철학자도 될 수 있고, 재 테크에 이용 한다면 돈을 벌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군자는 못되는 사람이다. 한가한 시간의 대부분을 사소한 사색의 편린으로 메우고 있다. 후회되는 일에 새롭게 가슴 아프기도 하고, 못난 짓에 부끄럽기도 하고, 나에게 해를 끼쳤던 사람이 다시금 괘씸하기도 하고 그렇다.

여기서는 등산은 생각도 못한다. 산이 없기 때문이다. 가도 가도 평야 지대 이다.

산은 태국의 북쪽 치앙마이에나 가야 구경할 수 있는데 산에는 각종 독충, 뱀, 독 개미, 독 거미, 전갈, 댕기 열병 모기 등이 있어 특수 장비가 없이는 갈 수 없다.

낚시를 다니는 사람도 없다.

고기가 있을만한 호수는 많으나 이 폭염에 한 나절만 앉아 있으면 열사병으로 쓸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