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존속 살해 사건(마무리, 에피소드)
치앙마이 존속 살해 사건(마무리, 에피소드)
노모는 살해되었고, 여자는 석방, 남자는 사형을 선고 받았다.
코로나19로
셧다운 상태인 2020년 5월의 태국은 교도소 수감자를 방문하기도
쉽지 않았
다. 강화된
방역으로 신분증 등 대사관 등의 서류를 갖추는 수고를 거쳐 그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첫인상은 사진과 달리 기괴한 느낌을 주기까지 했다. 막중한
번민일까
얼굴은 부어 있었고, 눈동자는 허공을 날아 다니는 듯 했다.
“저는 어머니 살해를 교사하지 않았습니다. 도와 주십시오.” 살인 교사 사실을 부정하는
그의 말을 믿고 싶었다. 머나먼 타국에서 패륜 범죄를, 한국인이 범했다는 사실을 인정하
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치앙마이라는 지리적 문제와 증거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소요될 수 있는 경비를 설명하였다. 적지 않은 비용이었지만, 그는 별다른 반론없이 동의
하였고,
우리는 사실 관계를 입증하고자 하는 결의를 굳히며 교도소를 나왔었다.
그런데……
법원 판결문을 입수하여 재판을 뒤집을 수
있는 증거 조사를 위한 목록을 작성하던 중,
그 남자의 지인을 통하여 메시지가 도착한다. 어이없는 내용이었다.
“뒤집기 힘들다. 어렵다. 여기에서 12,000바트로 변호사를 소개받았다. 선임을 취소해 달
라.” 는
어이 없는……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교도소에서 반출되는 모든 서신과 서류에는
교도소 직인과 담당자 사인이 찍혀서 나오는
데, 그
쪽지에 보이지 않아, 누군가의 장난으로 만들어 보내 온 게 아닌가는 의심도 하였
더랬다.
또 어렵사리 교도소를 찾았고, 그에게 확인을 받았다. 자신이
보낸 게 맞는다는.
다른 변명도 없었다. 어려운 재판이라 돈 쓰기 싫다는 정도의 이유.
존속 살인 혐의를 받고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에게서는 이해되지 않는 그 남자의 행동.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시작한 이 사건이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선임되지 않은
법률 대리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음에.
여자의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판결문을 보내 달라는.
석방되어 한국으로 돌아 왔으니, 수감 기간에 대한 청구를 위해서라 한다. 이 칼럼이 연
재되고 있단 것을 지인에게서 듣고 불만까지
곁들여서. 헛웃음이 나왔지만 판결문을 보
내 주었다. 법 절차는 감정이입을 하면 안되니까.
최근 몇 년간 태국에서 만난 살인 사건이
여러 건 있다.
라용에서 스포츠 도박을 하던 중, 함께 하던 동료를 살해 한 사건. 피의자 2명중 프로그
래머인 피의자는 주범의 강요로 사체 토막을
도왔으나, 살인 행위에는 가담하지 않았다
고 했다.
여자 경찰 영사의 맹활약으로 도주하는 주범을 추적, 검거한 사건이다.
환락의 휴양지 파타야의 고층 아파트에서
여자가 떨어져 죽었다. 함께 있던 한국인 남자
는 여자가 약을 먹고 스스로 떨어졌다고
주장하였지만, 태국 경찰은 그를 살인 피의자로
구속하였다. 수영장에서 여자가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한 유럽인도 있었다.
이 일련의 살인 사건 피의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증거 자료 조사를 위한 비용에는 동의하지 않고, 저렴한 수임료를 원한다.
단순히 작량 감경으로 형량을 줄이고자 한다면, 낮은 수임료로도 법률 대리를 할 수 있
지만,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 들여 경찰의 조사를 뒤집기 위한 증거 자
료 조사를 위해서는 높은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이를 수용하는 피의자는 없었다.
또 다른 공통점. 살인 피의자로 지목되었으나 무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불법에 가까이
있었다는 점이다. 치앙마이 사건은 마약과 폭행에, 라용은 불법 도박, 파타야 사건 또한
마약이 그들의 옆에 있었다.
글쓴 이 : 김철용(전 법과길 대표 , 현 콴티코 공동 대표, TEL 086-9755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