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의 통화, 진실 혹은 변명? (치앙마이 사건 후기 1)

무위 자연 2021.04.19 ( 11:36 )

그녀와의 통화, 진실 혹은 변명?(치앙마이 사건 후기 1)

 

항소심에서 강요와 심신장애를 이유로 무죄로 풀려나 한국으로 돌아 간 백선희.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의외였다.

우연히 이 칼럼을 발견하여 연락을 하였다고 한다. 칼럼 연재에 대한 불만을 말하려나 생각하였는데편견이었다. 살인에 대한, 판결과 주변인들의 평가에 대한, 모든 일반적인 편견을 벗어 버리고 그녀와 통화를 하고 싶었다.

 

저의 남편이 마약을 하진 않았습니다. 정신과 약을 보고 마약이라고 한 겁니다.”

주변 사람들은 마약이라고 하고, 경찰에서도 마약이라고 하던데요?”

아닙니다. 정신과 약이에요. 제가 잘 알죠. 치앙마이 몇 몇 한국 사람들과 매일 같이 술 마시고, 새벽까지 집에서도 마시고제가 화를 내면 저를 때리기도 했고폭행과 유흥은 잦았지만, 마약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가능했다. 마약 복용 여부는 체내에서 검출되는 성분 분석으로 이루어지는 바, 축적된 정신과 약 성분이 마약으로 단정지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미심쩍었던 부분 중에 가장 짚어 보고 싶은 점을 물어 보았다.

남편이 어머니에 대한 살인을 교사한 게 맞습니까?”

 

그녀의 대답은 망설임이 없었다.

아니에요. 저의 남편은 그 일에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그 날 일어난 일은 사고였을 뿐

입니다. 제가 엄마에게 폭행을 당하다가 벌어진 우발적인 사건이었어요. 두 사람(엄마와

남편)이 술을 많이 먹었어요. 오랜만에 가족 나들이 라고저는 한잔 먹었고.”

 

엄마(그녀는 계속 엄마라고 지칭했다.)와 저는 집에 들어 왔는데말 다툼 중에 엄마가

망치로 나를 몇 번 내리쳤고, 전 정신을 잃었어요.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깨어 보니

엄마가 칼을 들고 내 배를 그어대고 있었고너무 놀라 몸싸움을 하였는데엄마 배에 칼

이 꽂혀 있었어요. 정말이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 없을 정도였어요.”

 

불을 켜고 보니, 그녀의 전신이 상처투성이에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무서워 벌벌 떨고 있는데, 남편이 왔고사실을 말하고 엄마가 죽은 건지 봐 달라고 했

는데아무리 기다려도 엠블런스도 남편도 오지 않았어요. 남편이 제 전화기와 여권을 가

지고 있어 제가 전화를 할 수도 없었어요.”

 

그녀는 남편을 찾아 경비실로 갔다고 한다. 경비실에서 그녀를 본 남편은 이 년이 내

엄마를 죽인 년이다. 나쁜 년이라며, 사람들 앞에서 욕을 했어요. 순간, 이 놈이 나를 감

옥에 넣고 혼자만 잘살려 한다는 생각에네가 나에게 시켰잖아. 네가 죽이래서 죽인거다

라고 소리쳤죠. 그 말이 녹음이 되어 증거자료가 되어 남편이 체포 된거에요.”

 

살해된 피해자는 병원에서 사망했다. 그녀의 남편이 구조요청을 신속하게 하였다면 생명

을 건질 수도 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남편은 왜 구조 요청을 우선하지 않았을까.

 

그녀가 말하는 내용이 어쩌면 사실이 아닌 저지른 범죄에 대한 변명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회에 걸쳐 수시간이 넘는 통화에서, 한국인이지만 기댈 데 없는 탈북자로서 외

딴 섬에서 살아 남기 위하여 몸부림치는 한 인간의 목소리를 들으며, 살인 교사 없이 사

형 선고를 받은 남자에 대한 연민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 사건은 끝나도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후기 2에서 계속됩니다.)

 

글쓴 이 : 김철용(전 법과길 대표 , 현 콴티코 공동 대표, TEL 086-9755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