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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울 땐 섬에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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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울 땐 섬에 가세요

 

                                                                                                                                  2009.11.26.



ko_phayam_ranong.jpg
파얌 라농 (태국 남부 도시)




 
사람은 외로워질 때 자기가 더 잘 보인다.

자랑스러웠던 자기와 부끄러웠던 자기가 카메라에 클로스 업 되어 보인다.

자기가 서 있는 장소와 시간이 어디 쯤인지 생각해 보게도 된다.

 

외롭다는 감정은 그리운 마음의 뒷면이다.

그러나 그립다는 쪽을 지향하다 보면 센티멘탈로 흐르기 쉬운 반면, 외로운  자기의 내부를 응시하다 보면  잠자고 있던 자의식과 무의식까지 깨어나 자기안으로 침잠할 수 있다.

 

그 것이 꼭 퇴폐적이고 퇴영적인 것만은 아니다.  싸이코 패스는 자기 안으로의 침잠이나 자기의 실존을 들여다 보는 능력을 상실한 사람이다.

자기에게 동물적인 욕망도 있으나 동물과는 다른 인간이라는 정체성의 확립이 불가능 해져 동물과 인간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양쪽을 넘나들면서 자각증상을 잃어버린 동물적인 존재이다. 

자기를 객관화 해서 파악할 수 없는  즉자존재(卽自存在)인 것이다.

 

몇 년 전의 일이다.

한국에서 친구 둘이 태국에 왔다.

「붕우 자원방래하니 불역열호아!」공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어찌 반갑지 않을 재주가 있겠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던 해주고 싶었다.

우리는 관광객이 붐비는 파타야나 푸켓을 피해 파타야 앞 바다의 「코사멧」섬으로 갔다. 파타야 부두를 출발해서 섬 사이를 빠져나와 한 시간 정도 갔을 때 「코사멧」섬에 닿았다.

 

어시장과 관광객이 붐비는 섬의 전면을 벗어나 섬의 뒤쪽으로 갔다.

섬의 뒤쪽은 타이만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파도가 거세다.

여기서 배로 30분 정도만 더 나가면 군대 모포 반 정도는 족히 되는 가오리와 사람 키만한 상어도 낚시할 수 있다.

 

인간은 저마다 바다에 떨어진 섬 같은 존재이다.

섬과 섬을 오가는 것은 배를 타면 가능한 일이나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관계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어떤 한 가지 공식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매우 정교한 방법으로 때로는 미로를 헤쳐나가면서 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 30년을 산 부부 사이도 두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길은 때로 무명실 처럼 약하고 초겨울의 살얼음 처럼 위태위태 하기도 하다.   

 

영국 태생의 미국 시인 W. H. Auden  은 「사람에게 음식이나 깊은 잠이 필요하듯 사라지는 것(현실도피) 또한 필요하다」고 했다.

몇 년 전에 미국의 법원에서, 직장과 가정으로부터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사람을 「인간에게는 사라질 권리가 있다」는 판결을 내려 세간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모래 사장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시간도 사람에겐 유익한 시간이다. 한국인들은 피서를 가서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해변에 앉아 있거나 몇 시간씩 누워 있는 것에 익숙치 않다.

무슨 일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한국인 이다.

물 속을 들락 날락하거나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거나 발가락을 만지작 거리거나 반듯이 누웠다 엎어졌다 하면서 몸을 뒤틀거나 모래위에 깔아 놓은 타올을 접었다 폈다 하거나 무엇을 사서 계속 먹어치우거나 한다.

 

무위의 시간은 허비하는 시간인 것 같고 남에게 뒤처지는 시간인 것 같은 강박증이 존재하는 듯 하다. 극단적인 경쟁 사회에 살면서 항상 무엇에 쫓기는 듯한 불안감이 따라다니는 것 같다.

책을 읽는 것도 무언가 하는 것이다.

모래톱을 맨발로 뛰어다니는 것도 무언가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서 서양인들은 그냥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누워 있거나 엎어져 있는 것에 익숙하다. 마치 송장 처럼….

이런 무위의 시간이 인간에겐 필요하다.

 

저녁 노을이 엄습할 때까지 우리는 그냥 누워 있거나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철석거리는 파도소리에 취해 있었다.

장 꼭토라도 되었다는 듯이….

서쪽 하늘과 바다를 붉은 색으로 찬란하게 물들이던 석양이 마지막 꼬리를 감추자 우리는 모래 사장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는 고목의 잔해들을 주워 모았다.

인근 숲에서 파도에 떠밀려 온 나무 토막들이다.

 

한 군데 모아놓고 불을 붙이자 근사한 캠프 화이어가 되었다. 황야에 밤이 되자 모닥불을 피우고 주위에 둘러 앉은 서부 영화의 사나이들 처럼….

여관집 주인에게 부탁해서 삼겹살을 가져오고 친구가 면세점에서 사온 발렌타인 한 병을 가져왔다.

 

모닥불에 비친 빨간 얼굴의 실루엣이 넘실거리고 술잔이 몇 순배 돌았다.

그리고는 「내 고향 남쪽 바다」를 합창했다. 엄 정행이 들었다면 울고 갔을 것이다.  목소리는 돼지 멱 따기 직전까지 올라갔고 잘 하면 태평양까지 닿을 수도 있었으리라.

 

 

열대 이국의 낯선 섬

철석 거리는

파도 소리만

적막을 가르는 백사장

 

모닥불에 비친 군상들의

빨간 프로필만 춤을 추고

악마 처럼 내지르는 노랫 소리

술 잔이 덩달아서 춤을 춘다.

 

섬을 잇는 뱃길 같은 건 없다.

너와 나의 관계를 규정하는

단어 같은 것도 없다.

그냥 하나인 것을

 

삼겹살 구워지는 냄새에

지금 쯤 십리 밖 심해에서

상어떼가 비상 하듯 몰려올 것이다.

좀 있으면

수초 사이
정어리 떼의 집단 학살이 시작될 것이다.

 

--- 그 때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 까지 불렀을 때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얼른 돌아서서 술을 마시는 척 눈물을 훔쳤다




Monika Martin (독일) - Ein Schiff das deinen Namen trägt (당신이라는 이름의 배)


작성자: michael , 작성일 : , 수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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