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말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이 오는 16일로 마감됩니다. 채 2주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이전에 발부된 구속영장에 반영되지 않은 SK·롯데그룹 뇌물수수 등 다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추가로 발부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재판부는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인 10일 재판에서 구속영장 추가발부 필요성에 대해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측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10일 탄핵심판에서 파면선고를 받고 같은 달 31일 구속됐고 보름여가 지난 4월17일에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구속기간은 원칙적으로 재판에 넘겨진 날(기소일)로부터 2개월이며 구속을 계속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2개월씩 두차례(총 4개월)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검찰은 원활한 증인신문 등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법정에 불러낸 증인만 72명에 달합니다. 박 전 대통령 재판 자체가 '적시처리 사건'으로 지정돼 주4일이라는 빠듯한 일정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검찰이 그간 증인신청을 철회한 이들은 95명으로 그보다 훨씬 많습니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입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재계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아 이를 이행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요구·수수한 혐의,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기관 등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각종 지원에서 배제토록 한 직권남용 업무방해 혐의 등 18개에 이릅니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보다 오래 붙잡아 두기 위해 꺼낸 카드는 뇌물요구 혐의입니다. 박 전 대통령이 SK그룹에 89억원, 롯데그룹에 70억원 상당의 뇌물을 요구했거나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 혐의는 지난 3월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당시 기재돼 있지 않은 내용이지만 박 전 대통령이 기소되는 과정에서 추가된 혐의들입니다. 추가된 혐의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직권으로 별도의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습니다.
재판부가 영장발부를 결정하면 박 전 대통령은 추가로 기본 2개월에 연장기간까지 포함해 6개월간 더 구속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이 경우 지난 3월말 박 전 대통령이 최초 구속됐을 때와 달리 별도의 영장실질심사 절차가 없어도 됩니다. 재판부가 직권으로 추가 발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필요할 경우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합니다. 연휴 직후인 10일 공판에서 열리는 의견진술이 바로 이겁니다.
당연히 박 전 대통령 측은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절차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박 전 대통령에 영장을 추가발부할 근거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SK·롯데 관련 사안이 기소되지 않았다면 이를 검찰이 추가로 기소하면서 영장을 재청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미 기소된 혐의에 대해 6개월이 지나 영장을 재발부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논리입니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법무법인 동북아)는 "SK·롯데 사건은 구속기소 사건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삼성그룹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있는 박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긴 지난 4월 당시 이미 검찰이 SK·롯데 관련 혐의를 추가했는데 이를 두고 "삼성 관련 사건은 구속기소 사건이고 SK·롯데 사건은 불구속기소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게 이 변호사의 주장입니다.
그는 또 "SK·롯데 사건은 이번 재판을 진행하면서 심리가 먼저 진행돼 사실상 결심 단계에 있어 더 이상 특별히 심리할 대상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구속을 연장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추가발부 여부는 어디까지나 재판부의 직권결정 사항입니다. 별도의 영장실질심사 절차는 없다지만 추가발부를 결정할 때도 재판부는 앞서 살펴 본 구속의 필요성(범행 의심할 만한 상당성, 주거 불명, 증거인멸 가능성, 도주·도망 우려 등)을 기준으로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약 6개월에 걸쳐 재판이 진행됐다지만 박 전 대통령의 증언거부, 불출석, 증거채택 부동의 등으로 인해 재판이 매우 더디게 진행돼 왔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SK·롯데 관련 혐의 외에도 총 18개 혐의 중 박 전 대통령의 구속연장이 필요한 부분을 자체적으로 검토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