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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교복이 주는 상념 or 잡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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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전 어느 여름날.

늦은 오후의 햇살이 창문가를 어슬렁거릴 무렵 교장실의 호출이 있었다.

 

`범생축에 드는 고고생으로  잘못한 일도 없던 터라 의아해 하며 교장실을 들어섰다.

 

[빨리 경찰서로 가 보거라!]

 

경찰서엔 할머니가 딱딱한 의자에 앉아 오랫동안 기다리고 계셨다.

저녁 찬거리를 사러 시장에 갔다가  길을 잃은 거였다.

 

[할머니, 손자가 어느 학교에 다녀요? 몇 학년이에요?]

경찰관은 재차 물었지만 읽고 쓸 줄 모르는 시골서 막 올라온  꼬부랑 할머니는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경찰관이 꾀를 냈다.

[어떤 색 교복을 입어요? 모자는 어떤 색깔이죠?]

 

할머니는 교복을 빨래해 주니 그것만큼은 대답이 시원했다.

[흰색 우아기(웃옷)에 녹색 줄이 들어간 모잘 쓰고 다녀.]

 

경찰관은 시내 남자고교의 교복을 파악해 손자의 학교를 알아냈던 것이다.

 

손자에 등에 업혀 어두컴컴한 비탈길을 오르다 할머니는 한참 만에 이렇게 말했다.

[아범한테는 비밀로 해줘, 창피하구나. 교복 때문에 손자 찾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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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1980년대는 일제 잔재 청산이 활발하던 시기다.

나라 잃은 기억과 설움이 오래지 않았으니 `자가 들어간 것은 죄다 싫어했다.

 

아직까지도 남의 나라 작은 돌섬 하나 갖고 딴죽을 거니 그 괘씸한 마음을 마르고 닳도록 이어지게 만든다.

 

교복도 청산되어야 할 일제 잔재 중의 하나였음은 물론이다.

 

한 순간 동시에 사라졌던 교복은 언제부터 다시 되살아 난 뒤 학교마다 멋들어진 컬러와 무늬로 디자인됐다. 

 

하지만 시커먼 동복을 일제히 입던 그 시절에도 차이점은 있었다.

남자 상급생들은 목 후크(일명 호크)를 한 두 개 풀어 폼을 잡았고, 허벅지는 바짝 줄이고 통을 넓히는 나팔바지로 시대의 유행에 부응했다.

 

누구나 못살던 그 시절. 교복은 동년배들에게 동질감과 평등감을 불러 넣어준

순기능의 효과가 적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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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도 소속감과 일체감을 위한 방편으로 교복과 같은 개념의

유니폼이 애용된다.

 

나치 같은 독재자는 상징조작 ( image manipulation, 象徵操作)이란 방법을 통해서 대중을 선동한다.  배지, 깃발, 유니폼, 군가 같은 것 등이다.  단체나 이념, 조직에 충성심을 불러 넣기 위한 의도다.

 

그러나 이런 류들이 독재자나 정치인들의 술수에만 이용되는 것만은 아니다.

회사에선 일주일 중 하루를 [스태프의 날]로 정해 모두 같은 색깔의 셔츠를 입어 일체감을 높이고 즐거운 시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전통 있는 고등학교에 들어간 아들은 입학 전날 거울에 교복 입은 모습을 몇번이나 비춰보고 으쓱해 했다. 6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빨간 명찰을 달고 팔각모를 쓰는 해병대엔 가슴은 자부심으로 넘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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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징들이 현대에선 `상업적으로 역이용 되기도 한다.

 

누군가의 초청으로 몇 해 전 서울의 한 업소에 갔더니 여종업원들이 일제히

특정 직업 군을 의미하는 유니폼을 입고 있어 깜짝 놀랐다.  요일마다 유니폼이 바뀐다고 했다.

 

태국에선 대학생들이 교복을 입는다. 남 녀 할 것 없이 검정 하의에 흰색 상의다. 피 끓는 젊음들을 몰개성의 블랙& 화이트로 가둬놨으니 온전할 리 없다.

 

여대생들은 교복 스커트를 빠짝 줄이거나 찢어 초미니 스커트로 만든다. 그랬더니 어디선가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교복을 입은 나라가 태국이라는 설문을 발표해 인터넷에 회자되고 있다.

 

태국 교복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출처없는 태국 교복사진. 그러나 실제로

이렇게 까지 심한 경우는 많지 않다.)

 

향락이 넘쳐나는 태국 방콕에선 이 교복 컨셉트를 살린 한 야간업소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스트립 댄서인 여종업원들에게 여대생 교복 컨셉트를 활용한 결과인데 물론 좋은 소리를 못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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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동안 민족주의, 이념주의를 숨가쁘게 뛰어 넘어온 인류가치는 다원화되면서 동시에 글로벌화되고 있다 

 

민족이나 국가란 이름의 `깃발이나 유니폼의 의미가 퇴색하는 형국이다. `물리적의미의 국경선은 무의미해졌다. 

 

그대신 국가별, 권역별로 살벌하고 스피디한 `경제전쟁의 시대다

 

유럽공동체, 아세안, 중국 대 미국의 경제패권 경쟁이 그렇고, 미국의 은행이 도산하면 그 파도가 쓰나미보다 수백배 빠른 속도로 태평양을 건너 한국까지 덮친다. 

 

 `경제 이기주의는 인류보편의 발전에 저해로 작용할 게 틀림없다. 

 

노르웨이의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빅은 기독교 중심의 유럽이 이슬람을 받아들이는 다문화주의가 잘못됐다며 태연하게 76명을 살해했다. 현대의 흐름에 저항한 그의 행동은 공감받지 못할 종교가치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따지고 보면 종교의 역사가  곧 인류의 역사인 셈인데 현대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이런 가치의 사수와 확산을 위해 지구곳곳에서 **나고 있다.

 

교복을 추억하며 끝내 이 복잡한 생각을 다 할 줄 아는 손자를 지켜보다 103세까지 잘 사시고 돌아가신 보고 싶은 할머니. 어딘가에 잘 계실까?<By Harry>

 



 

태국 교복.jpg (68.7Kb) (9)
작성자: 한-태교류센터(KTCC) , 작성일 : , 수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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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공항에 사람들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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