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듯이
연탄은,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나는
언젠가는 나도 활할 타오르고 싶은 것이다
나를 끝 닿는 데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잔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 위에
지금은 인정머리 없이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얹고
아래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아 발갛게 달아오르기를
나도 느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하니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만져도 보고 싶은 것이다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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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나태해도 좋을만큼...여유롭고, 밀린 빨래 싹싹 비벼...줄에 널어 햇살의 처분을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노래로 오전나절을 흥얼거려 봅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조석으로 제법 쌀쌀한데다 새벽녁에는 예전 구들장 아랫목 생각에
따뜻한 온기가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온기하면....벌건 연탄과 뜨끈한 선지씨레기 해장국....이죠!
연탄은 이래저래 우리세대의 다정다감한 키워드였슴을 아무도 부인하진 못할겁니다.
연탄으로 인한 수많은 추억과 기억의 단편이 누구나 있을건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마침,,연탄을 소재로 한 이런 시와 노래를 접하게 되었고 노랫말을 음미해 보게 됩니다.
태국도 그렇겠지만 라오스 산간지방도 건기와 더불어 추위(?)를 느끼는 계절이 돌와
왔습니다..하여..저녁나절..새벽녁에는 간간이 군불을 떼면서 온기를 쬐는 장면이 여러곳에서
보입니다.
마침..제가 연료<?>쪽 일을 하는지라...남일 같지는 않아 보여서 가끔은 ..아주 가끔은
직원들의 군불떼는 현장에 동참하면서 비닐봉지로 한봉다리씩....시주를 하는데요...
이럴때마다...연탄생각이 아주 간절합니다.
연탄이 주는 해악이 분명 있지만..나름대로는 연탄때문에 소한,대한을 무사히 건너뛴
고마움도 있구요...
좌당간, 빨래 걸어널고 따땃한 햇살을 쬐며 궁상떨면서 잠깐 예전 기억에 몇자 끄적여
봅니다 ...
- 또바기 안재훈-